중견기업 벼랑 끝인데…"법인세 올리면 대기업보다 더 타격"

입력 2016-11-28 18:59  

중견기업에 '직격탄' 법인세 인상

중견·중소기업 "외환위기 때만큼 어렵다"

"경제상황 외면한 정치권"
중소기업 10곳 중 8곳 "정치 혼란에 경제위기 가중"
"어느 회사가 투자 늘리고 공장 국내로 유턴하겠나"



[ 김낙훈/김정은 기자 ]
20여개 주물업체가 몰려 있는 인천 경서동 경인주물단지. 조선업 불황 탓에 선박용 주물업체 K사의 요즘 생산량은 월 800t으로 떨어졌다. 생산 능력의 50% 선이다. 약 40개 도금업체가 있는 인천의 한 도금단지에는 일감이 거의 없어 오후 3~4시면 퇴근하는 근로자가 줄을 잇는다. 중견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전자·자동차부품 업체 중에선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줄어든 곳이 적지 않다.

중소·중견기업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법인세 인상 움직임을 보여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은 외환위기에 버금갈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데 정치권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법인세 올리면 중견기업 더 타격”

중견기업들은 법인세율 인상이 대기업보다 ‘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28일 “법인세율을 올리면 중견기업의 세 부담을 가중시켜 경제성장 활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도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견련은 법인세율 인상이 상위 대기업에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야권 일각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중견련이 이날 전체 중견기업 2979곳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과세표준 200억원 이상 기업부터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355곳이 인상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비과세·감면 혜택이 대기업에 치중돼 중견기업 법인세 실효세율(17%)이 대기업(16%)보다 오히려 더 높다”며 “법인세율을 올리면 조세 형평성을 달성하기는커녕 중견기업의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규태 중견련 전무는 “수출 투자 소비 고용지표가 모두 부진한 현 시점에 굳이 법인세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느냐”며 “(법인세율 인상은)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中企 56% 올 들어 매출 감소

중소기업계는 지금 경제 상황이 외환위기만큼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남동산업단지의 금속부품업체 Y사장은 “외환위기 때는 그나마 수출기업은 활로가 있었는데 지금은 내수기업과 수출기업 불문하고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날 발표한 ‘중소기업인 경제상황 인식’ 조사에서는 중소기업의 28.7%가 현 경제 상황을 ‘외환위기·금융위기에 준하는 심각한 위기상황’으로까지 인식하고 있었다. ‘소비심리 위축, 매출급감 등 내수 침체’(54.1%), ‘정치 리더십 부재에 따른 경제 불안’(51%), ‘정부의 정책신뢰 상실’(46.3%)을 경제위기의 주된 이유로 지적했다.

지난해(2015년 11월) 대비 중소기업 판매 현황은 56.7%가 감소했고, 자금조달 사정은 48.3%가 악화했다. 중소기업의 경제위기 대처 방안으로는 ‘원가절감 등을 통한 내실경영’(58.3%)과 ‘새로운 거래처 다변화 모색’(48.3%) 등을 꼽았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정계와 재계, 국민이 합심해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며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경제 컨트롤타워가 조속히 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김정은 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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